한라산 어리목 코스의 만세동산 전망대를 빠져 나오고.. 가끔씩 나를 반겨주는 파스텔 물감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진녹검의 살아있는 구상나무들을 향해 걸어나가 본다.. 만개한 진분홍 산철쭉.. 내가 못본 사이 총알같이 비행기가 지나갔는지 길다란 줄기 구름이 남쪽으로 이어 내려갔다.. 하늘을 흰색줄기로 가르고.. 하늘과 산능선의 풍경은 짠하게 변하고 있었다.. 점점 뜨겁고 날카로워져가는 햇살.. 길다랗게 이어지는 나무길.. 지난 겨울 아이젠의 상처를 입고 갈리고 갈려 얇게 패인 길을 걸으며.. 덤덤히 한라산 깊이에 들어가본다.. 갈색과 녹색이 어우러져 보라색이 태어나고.. 이렇게 이뿐 색감의 어울림이 더욱 자연스럽게만 느껴진다.. 구불구불길.. 길지만 결코 길지 않았던 탐방로.. 마치 당일에 펼쳐놓은 길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