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이야기(Orum Love)

제주도 여행 - 아련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간, 천주교 마음이 있는 세미소

희동이(오월의 꽃) 2010. 12. 30. 15:01

 

 

옛날..

언제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음..

억지로 기억을 되살려보니..

2년전 4월이였던가..

그때는 날씨가 정말 맑은날..

이 자리에서 지금 사진과 같은 방향으로 맑은 하늘과 앞에 보이는 건물, 연못..

그리고,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연못을 건너는 유격대 끈이 보였던 자리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었다..

그때와는 너무나 다른 날씨, 느낌을 순간 대조하며 생각해본다..

 

이날 차를 세우고..

봤었던 들판..

아까 눈은 아직도 제자리에 있고..

한층더 쌓여진 눈들의 자리 잡음이 보인다..

 

 

기억의 저편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어둠의 저편에 있는 기억의 꼬리를 물며..

작은 한숨의 입김과 함께 잠시 고개를 숙여보는데..

 

새촐과 함께 눈의 어우러짐..

 

정물오름을 내려오고..

눈길은 아직 얼까말까하는 망설임 위에서 약간은 무모한 운전을 해나가본다..

 

세미소가 있는 성이시돌센타 전시관..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 보여지는 동상은..

눈 내리기전까만해도 꿈틀거렸을텐데..

눈에 완전히 얼어버린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가만히 눈 밭위로 놓여있다..

 

새미은총의 동산..

그 단어의 끝으로는 출구(out)과 입구(in)이 있고..

 

예전 자주 걸었었던 세미소 길이 가까운곳에 있다..

 

삼나무길 천장은 털솜의 따뜻함이 느껴지고..

삼나무길 바닥은 하얗게 피어남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신의 은총길을 걸으며..

 

홀로 서있는 듯이 자라나 해송은 너무나 차갑게 서있다..

 

눈밭을 삐져나온 강아지풀의 폭신한 털은 좀더 많이 떨어져나간듯 하며..

 

즐거운 만찬을 기다리다 지쳐버렸는지 너무나 차갑게 앉아있는 동상들이 가는길목 곳곳에 보인다..

 

몰아치는 눈부신 하얀눈 때문인지 너무나 눈이부신 길..

 

닫혀진 창문안으로는 따뜻한 공기마저 느껴지는데..

 

시련의 역사를 되짚듯이 걸어가버린 사람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따라서..

 

새미소 연못의 위대함 반짝임이 보일때쯤 고여있는 물처럼..

사람들도 한 곳에 모여있다..

 

마치 위대한 누군가를 맞이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인 것처럼..

마치 위대한 내가 되어버린것처럼 사람들이 쏟는듯한 뜨거운 은총의 눈빛을 받아본다..

 

잔잔히 파도치는 바다의 파도처럼..

흔흔히 흘러들어오다가 헌헌히 나가는 새미소 분화구 물..

 

그 호수의 둘레를 돌며..

점점 멀어져가는 님들의 모습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님들의 모습으로 향해본다..

 

저 억새밭 둥그스레 튀어나온 곳이 새미소 오름 정상일터..

세차게 부는 바람에 저 곳에 갈 엄두가 안난다..

 

밑으로 내려가니..

초록순이 나오는 듯한 밭에 하얀 눈이 트멍트멍 박힘에..

흰초색을 만들어버린다..

 

너무나 펑펑 내림에..

이 곳이 내가 아는 제주의 풍경이 아닌 듯하다..

 

마치 딴 나라, 딴 세상인 듯..

 

눈 바람이 너무나 나의 빰을 살갑게 치대기지만..

그날 그 시공간의 아름답게 멍한 풍경에..

 

감탄의 멍함으로 그저 잠시 서있어본다..

 

아주 짦게나마..

 

 

 

 

 

세미소, 1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