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이야기(Orum Love)

제주도 여행 - 정물오름을 내려와 조용히 내리는 함박눈 맞으며.. ^^

희동이(오월의 꽃) 2010. 12. 29. 18:24

 

 

점점 더 쎄져가는 눈발..

들판 산의 표식만이 남겨지고..

오름 등성 억새의 손짓은 너무나 간여리게 흔들리는데.. 

 

둘이서 걸어가야 더욱 재밌고..

 

더욱 따뜻하기가..

 

함박눈 내리는 오름길..

 

점점 눈을 닮아가는 억새꽃..

 

정물오름 정상위에 불었던 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그 시련을 견뎌낸 우리에게 마치 축복이라도 안겨주는 듯이.. 

 

너무나 포근히..

너무나 가벼히..

내리는데.. 

 

이불을 덮듯이..

푹시하게 하얀 눈이불 덮어 하얀 눈의꽃을 꿈꾸는 털의 억새..

 

겨울임에도 아기자기 달콤하게 매달려있는 볼레열매..

너무나 추운지 빨갛게 피어난 모습이 눈에 확 띈다.. 

 

하늘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억새들의 무리.. 

 

서로 자기가 많은 하얀꽃을 간직하고 있다는듯이 자랑하는데..

 

정물오름을 내려와서 방금 오르고 내려왔던 오름의 전경을 담아본다..

 

하얀 억새와 하얀 눈의 만남.. 

 

그 곳에서 정물오름과 함께 우리의 모습을 담아본다..

 

하얀 눈세상처럼 환한 표정들..

얼어버린 정물 얼음판 위로 눈덩이가 미끄러지게 놓여있고.. 

 

정물오름의 표식은 저 곳 방풍낭 위로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는 것 같다..

 

홀로 남겨진 작은 나무는..

하늘위에서 떨어지는 눈을 전부다 받아 놓으려는 듯.. 

 

삼나무의 어두운면을 뒤에다 두니..

눈의 모습이 더욱 하얗게 느껴지고..

더욱 풍만해보이기까지도 한다..

 

얇은 눈덩어리가 함박 가득히..

 

삼각형으로 우뚝 솟은 삼나무와 눈이 어우러져..

 

눈꽃나무가 되어가는 모습에 감탄을 더해가본다..

 

눈 사이로 걸어가며..

정물오름을 뒤에다 두고..

눈이 내리는 곳으로 하염없이 걸어가본다..

 

 

죽은자나 산자나..

지금 이순간은 같은 처지일 듯이..

그저 눈을 맞기만 한다..

 

 

쓸쓸히 남겨져가는 듯한 정물오름..

다시 찾아올께..

 

나의 흔적과..

너의 흔적과..

모두의 발걸음을 남기며..

 

그 화이트카펫로드를 거닐며..

 

어느 영화속 살인자의 모습처럼..

질질끌며 걸어가보는 풍경 또한 이순간만은 그저 좋아진다..

이날의 풍경속에선..

 

모두가 즐거워지고..

모두가 안심해진다..

 

이날의 모습들에서..

다들 그렇게 느껴지더라..

 

 

 

 

 

 

 

정물오름, 1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