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이야기(Olle Love)

제주도 여행 - 외로움과 바람이 머무는 바닷가우체국이 있는 올레길 7코스.. ^^

희동이(오월의 꽃) 2012. 1. 4. 00:30

 

 

 

올레길 7코스를 걷다 이런 앙증맞은 나무 인형은 처음이다..

눈이 똥그랗지만 정상치 않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고..

콧구멍이 십자로 하나이다..

이빨은 어찌나 좋은지 대게 쌔보인다..

왠지 풍자와 해학을 담은듯 시원스레 웃는 모습이 좋다..

 

그리고 얕은 바다위에 비친 하늘구름이 선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이뿌게 비추고 있다..

 

구름들은 바다에서 한라산을 향해 쏠려가고..

저 멀리 범섬과 이 가까이에 놓여있는 서건도가 겹쳐있음에 서로가 바로옆 이웃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길다란 파노라마 풍경이 멋지다..

얇으면서도 깊고 길게 담을수 있는 풍경이 좋은 것이다..

 

하늘은 높고 파랗다..

구름은 낮고 무겁다..

이러한 진리속의 아주 조금 다른 뜻의 진리를 살짝 바꿔보지만..

관심과 무관심이라는 종이 한장보다 더 얇은 차이로..

눈치 채지 못할것이다..

 

썩은섬을 지나, 해안길을 벋어나 가지가 엉성한 하우스 밭을 지나고..

 

엉성하게 되버린 억새풀 사이로 제주바다풍경을 담아본다..

바다억새에 기 기울이다 보니 바다가 삐툴어졌다..

세상이 삐툴어진듯..

 

억새의 하얀 솜털이 따뜻히 가벼히 서있고..

언제나 그렇듯 그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동백방풍낭..

바다 근처라 그런지..

너무나 짙게 칠해진 동백나뭇잎이 인상적이다..

 

파란하늘 아래 무시무시하게 무서운 구름..

그 사이로 비치는 대각선 방향의 햇살..

바다는 마치 무언가의 상징인듯 멋지게 태어나는데..

그런 멋진 시공간을 걸어왔다는게 신기할뿐이다..

 

약내천 다리를 건너며..

 

바다와의 만남을 의식하지 못한채 이 아슬아슬한 우끼다리를 건넌다..

 

약근천이라 불리는 강을 거슬러 바라보니..

그 절벽 위로 풍림콘도의 지붕이 살짝 보인다..

 

이 흐르는 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때도 혼자이고 지금도 혼자인 마음은 여전하닌깐..

 

약내천의 두리둥실 다리를 건너고 바로 옆에 위치한 강정천의 모습..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내리치는 강의 모습은 앞으로 여전할수가 있을까??

해군기지 공사로 한창중인 바로 옆에는 이러한 모습을 간직하려 하고 있을까??

 

이 약내천과 강정천의 바램을 소망하는 듯한 돌탑이 군데군데 숨은그림자처럼 놓여있다..

 

둥글고 얇음이 쌓이고 쌓여..

아슬아슬 그 자리를 지키는데..

 

풍림콘도 낙서벽에 도착하고..

 

노란벽이 검정 글씨로 점점 칠해져가는 듯한 모습이..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구나 예래짐작을 가게 해준다..

내가 아는 사람들 '병관이.. 지윤이.. 하형이.. 고하.. 판주.. 도현이....'

이름들이 생소하니 더욱 틔게 써버린듯 하다..

 

글씨가 쌓이고 쌓였다..

글씨위에 글씨를 이렇게 포장이 가능한줄이야..

자세히 보니 어마어마한 이름 방명록이다..

아마 이중에는 어떠 심오한 인사글과 소망글같은 소설의 이야기 한줄도 있겠지..

 

바닷가 우체국 안..

나무 편지가 주렁주렁 매달리고..

 

엄마 이경순..

아빠 정치국..

그리고.. 그 뒤로 ' .. 다음에 또 올게요.. '..

 

나무 볼펜 꽂이..

 

행복에 겨운듯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편지가 가득해..

 

이 작은 우체국은 바닷가 근처에 있다..

그리움이 가득했을 올레꾼과 사람들을 위해..

잠시 쉬어가고 그 그리움을 담는 우체국..

 

이 오두막 우체국이 보이면..

마치 올레길 7코스에 다 다른듯 마음이 편해진다..

 

바닷가 우체국..

영원히 이 곳이 출발이자 도착이길 원하는 편지의 마음을 주렁주렁 매달고..

외로움의 대상과 그리움의 대상을 그대로 남겨본다..

 

잠시 쉬어가본다..

금방이라도 이 길이 끝날것 같은 듯 맘이 편해진다..

 

이 순간..

이 시공간이 좋다..

 

늘 이랬으며..

조금은 춥지만 그래도 마음은 따뜻했으면..

 

 

 

 

 

 

바람이 머무는 바닷가우체국.. 올레길 7코스.. 1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