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곳곳 이야기(Jeju Love)

풍부한 용천수의 욕장을 간직하고 있는 한라산이 숨겨놓은 보물 마을, 성산읍 신산리

희동이(오월의 꽃) 2021. 9. 30. 10:54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JPDC) 사내웹진 삼다소담 2021 10월. Vol.21 '흐르는 제주 나들이'에 소개된 성산읍 신산리 마을 소개 글로, 아래 링크 주소로 클릭해서 보아요.

 

http://webzine.jpdc.co.kr/html/vol21/sub01_02.php#url

 

흐르는 제주 나들이 | 삼다소담 웹진

홈삼다 제주흐르는 제주 나들이 인쇄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저지대의 마을 신산리는 제주에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몇 안 되는 마을 중의 하나이다. 남동쪽 포구 지역의 지형이 낮아서 한라산

webzine.jpdc.co.kr

 

그리고,

아래에 삼다소담 웹진 업로드 편집 전 원문도 함께 올려 봅니다.

 

 

제주도 남동쪽 성산읍에 위치한 '신산리'는 지형이 낮아 마을 중심에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대신, 풍부한 용천수와 매우 청정한 바다를 품고 있어 '한라산이 숨겨놓은 보물'로 불려지는 마을이다.

< 용천수 욕장 '만물' >

 

 

신산리는 제주에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몇 안 되는 마을 중의 하나이다. 남동쪽 포구 지역의 지형이 낮아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저지대를 이루고 있는 대신에 해안가 일대는 용천수가 풍부하다.

설촌유래는 신이 사는 숲의 길목인 '신술목'으로 불리는 중산간 지대에 최초로 촌락을 이루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빗물인 봉천수에만 의존하여 식수 사정이 어렵고 생활에 불편하였다. 그리하여, 바닷가의 용천수를 이용하여 물을 쉽게 얻을 수 있고, 해산물 채집 등 여러모로 생활하는데 좋은 여건과 환경을 갖춘 안카름(중하동 지역)으로 옮겨 현재의 취락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마을 옛 이름은 끝 동네라는 의미의 '귿등개', '그등개', '그등애'와 중간 지대의 이름을 딴 '신산모루'가 있으며, 한자로는 '말등포(末等浦)' 등으로 쓰였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면서 마을 이름이 신산리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라산이 숨겨놓은 보물 마을 성산읍 신산리,

신산리가 또다시 마을 곳곳에 숨겨 놓은 보석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걸음을 마을의 시작이자 옛 중심지였던 폭낭거리 '산수정(山水亭)'에서 시작해본다. 산수정에는 오랫동안 식수로 사용하던 깊은 우물이 있었는데, 2002년에 도로를 확장하면서 산수정의 팽나무(폭낭) 두 그루가 지금의 신산리 일주도로변으로 조금 옮겨 심어졌고, 우물은 메워지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예로부터 맑고 시원한 우물과 팽나무(폭낭) 고목이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이루었으며, 마을 주민들의 집회 및 풍류를 즐겼던 폭낭거리 명소의 일부가 '산수정지(山水亭址)' 기념비와 팽나무(폭낭) 두 그루와 함께 지금 이 자리에 남아 있다.

< 폭낭거리의 '산수정(山水亭)' >

 

 

폭낭거리에서 북쪽으로 2km 정도 올라가면, 마을의 주봉인 '독자봉(獨子峰)'이 있다. 홀로 떨어져 있어 외롭게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독자봉으로, 마을에 독자(외아들)가 많은 것도 이 오름의 영향이라는 풍수지리설이 전해진다. 독자봉 남쪽 아래에 그리 넓지 않은 녹차밭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신산 녹차는 색상이 밝고 선명하며 떫은맛과 쓴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신산리 마을에서 직접 운영하는 마을카페에서 신산 녹차를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이날 마을 탐방의 끝자락에 직접 그 맛을 느껴보고자 한다. 

< 독자봉 아래 녹차밭 >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독자봉 전망대에서 북동쪽을 바라보니, 바로 앞 신산교차로 너머에 있는 통오름에서부터 동쪽 바다 끝에 있는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성산 10경 중에 6경인 독자봉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과 수려한 모습의 한라산은 고(故) 김영갑 사진작가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는데, 나 또한 그 아름다움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 독자봉 전망대 전경 >

 

 

독자봉 하나만 오르기에는 조금 아쉬운지, 바로 이웃한 '통오름(桶岳)'을 올라보았다. 통오름은 주소상 '성산읍 난산리'에 속하지만, 독자봉과는 길하나 사이로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마을의 구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 오름의 전 사면이 완만한 기복을 이루면서 둥글고 낮은 5개의 봉우리가 화구를 에워싸고 있는데, 독자봉처럼 산책 삼아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오름이다. 금세 오른 통오름 정상에서는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 통오름 초입과 정상에 본 풍경 >

 

 

 

오름을 내려와 시원한 바다 풍경을 낀 신산리 해안도로의 동쪽을 향해 갔다. 동쪽 '온평리' 마을과 경계선인 곳에서는 '환해장성(環海長城)'의 옛 모습을 간직한 흔적이 있다. 환해장성은 제주도 해안선 300여리(약 120km)에 쌓은 석성(石城)으로, 1270년(고려 원종 11년) 몽고와의 굴욕적인 강화에 반대를 하는 삼별초군이 진도에 들어가 용장성을 쌓아 항거하다 함락되자, 탐라로 들어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조정에서 영암부사 김수와 고여림 장군을 보내어 쌓은 것이 그 시초이다. 고려말까지 보수 정비를 하면서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였으며, 현재 양호하게 남아 있는 곳은 10개소(온평, 신산, 곤흘, 별도, 삼양, 북촌, 동복, 행원, 애월 등) 정도이다.

< 왼쪽(동쪽) 온평환해장성과 오른쪽(서쪽) 신산환해장성 터 >

 

 

'신산환해장성'의 전체 길이는 600여 m로써, '온평환해장성'의 제4지점과 연결되며, 바닷가 자연석인 현무암을 채취하여 축성하였다. 현재 환해장성 일부 구간이 복원되어,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에서 바다와 어우러진 또 다른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 신산환해장성 >

 

 

 

신산환해장성 해안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신산리 마을 동동네(동쪽 마을)의 바다에 신이 숨겨 놓은 산물인 '만물'이 있다. 입구에 마을 지형을 형상화한 금계포란형(황금닭이 알을 품은 형상) 동상이 세워져 있어, 누구나 쉽게 만물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이곳은 조그마한 만으로 형성되어 양질의 용천수가 솟는 곳이라 하여 만물이라고 불린다. 바다 돌담으로 바다와 산물을 가르는 천연적으로 생성된 용천수 욕장으로,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 색을 띠고 있어 아름답고, 한여름에도 5분 이상을 견디기 힘들 만큼 물이 차갑다. 예전에는 식수와 우마의 급수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한여름날 무더위를 피해 동네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휴가객들이 용천수 욕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 만물 >

 

 

신산리 마을 중간쯤인 섯동네(서쪽 마을) 해안가 앞에는 식수뿐만이 아니라 목욕, 빨래, 우마용 물로 사용하던 '우알'이 있다. 우알은 위쪽이라는 뜻의 제주어 '우'와 아래쪽이라는 뜻의 제주어 '알'이 합쳐진 말이다. 용천수가 흘러 바다로 내려가는 곳 위아래로 용천수 웅덩이가 두 곳이 있는데, 각 위치별로 나누어 이용하였다. 우(위쪽) 용천수 웅덩이는 깊이가 얕아 주로 빨래터로 사용하여 '빨래통'이라고 불렸고, 좀 더 깊은 알(아래쪽) 용천수 웅덩이에서는 주로 목욕을 즐겼는데 얼음처럼 차가워 '얼음통'이라고 불렸다. 

< 우알의 우(위쪽)의 빨래통 >

 

시간이 흘러 마을에 상수도가 들어오면서부터 마을 주민들은 우알 용천수를 점점 이용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현재 우알은 파도에 밀려온 바다 바위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도, 여전히 바위 사이로 용천수가 시원하게 흐르고 있는 걸 보고, 자연 상태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음에 안도해본다.

< 우알의 알(아래쪽)의 얼음통 >

 

 

우알에서 해안길을 따라 서쪽으로 약 800m 정도 더 가면, 만물 못지않은 큰 물로 알려진 용천수 욕장 '농개(농어개)'가 있다. 농개(농어개)는 농어가 많이 들어오는 어장으로, 예전 이곳의 목(입구)을 막아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았었다. 농개(농어개) 또한 만물처럼 큰 암반으로 둑을 쌓아 바닷물과 구분하였는데, 산에서 내려와 현무암 틈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담수는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어 매년 피서객과 낚시꾼의 사랑을 받고 있다.

< 농개(농어개) >

 

 

 

농어(농어개)에서 해안길을 따라 서쪽으로 약 300m 정도 더 가면, 신산리의 서쪽 끝이자 옆 마을인 '삼달2리'의 시작인 '주어동 포구' 근처에 있는 '분드릿개'에서는 풍부한 여러 용천수가 솟아나고 있다. 이 용천수 모두를 통칭하여 '분드릿개물'이라고 하는데, 주어동 포구는 '분드르'에 있는 포구라는 의미로 예전에는 한자 표기로 '분야포(分野浦)'라 하였다. '분드르물'의 '드르'는 '들'이라는 제주어로 즉 '마을과 떨어져 있는 들판이 있는 포구의 주변에서 솟아나는 물'을 뜻한다. 이 용천수들은 포구의 물이나 식수로 사용하였고, 분드르에서 지금은 없어 사라진 전분공장에서도 이용했었다. 특히, 바다를 사이에 두고 주어동포구 맞은편에 위치한 분드릿개물의 한 용천수는 작은 궤(동굴의 제주어)처럼 생긴 현무암 틈에서 솟아나는데, 그 주변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직경 3m 정도의 원형의 웅덩이에 모여들었다가 바다로 빠져나간다.

<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주어동 포구와 분드릿개물 >

 

 

신산리 동동네(동쪽 마을)의 '만물', 섯동네(서쪽 마을)의 '우알', 마을 서쪽 끝에 있는 '농개(농어개)'와 '분드릿개물' 모두 평상시에는 쉽게 그 모습을 보기 어렵고, 썰물 때를 맞추어야만 비로소 잘 볼 수 있다. 그렇게 신산리 마을의 용천수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용한 자연친화적인 산물이라서 여전히 힘이 좋고 양도 많다. 썰물이 최고조일 때는 급류처럼 큰 파동을 이루며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용천수의 장관에 놀랄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맑고 시원한 용천수가 "콸콸콸!" 솟아 흐른다. 이 용천수 모두 신산리가 숨겨 놓은 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신산리 서쪽 끝 바다와 분드릿개물 >

 

 

신산리 마을 탐방을 마치고 다시 마을 안으로 돌아가는 해안도로 길 위에서 마을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와 잠시 쉬어 가볼까 한다. 제주올레길 주민행복사업으로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신산리가 협력하여 만들어, 마을에서 직접 운영하는 '신산리 마을카페'이다. 독자봉 아래 신산리가 숨겨놓은 또 다른 보석인 '신산 녹차'를 이용하여, 대한민국 쇼콜라티에 1세대이자 이탈리아 전통 젤라토 기술 고수가 전수한 레시피로 만든 녹차 아이스크림 등이 유명하다. 이곳 녹차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목 넘김과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달달함을 느끼며 창 밖을 바라보니, 제주올레 3-B코스의 마침표인 올레 스탬프를 찍는 올레꾼들의 모습에서 괜한 안도감과 포근함을 느껴 본다. 

< 신산리 마을카페 >

 

 

마을을 둘러보니 어느덧 늦은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신산리 마을 앞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니 변한 듯, 안 변한 바다의 풍경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영하고 낚시하며 놀던 어릴 적 추억의 장면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맑고 투명하게 빛나며 늘 변치 않게 솟아 흐르는 용천수처럼, 마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후손들에게도 더욱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아끼고 잘 지켜나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마음속 깊이 간직해본다.

< 늦은 오후의 신산리 해안 풍경 >

 

 

 

* 참고자료 : < '섬의 생명수, 섬의 산물'(고병련 저서) >

 

 

 

 

풍부한 용천수의 욕장을 간직하고 있는 한라산이 숨겨놓은 보물 마을, 성산읍 신산리.. 12nd, August, 2021